억울한 청솔모

[포트립 이관석 기자] 승인 2023.04.20 08:37 의견 0

청솔모를 만났어요. 셔터를 반사적으로 눌렀죠. 흔한 아이지만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수리산에서 만났던 아이는 잣을 잘라 떨어뜨리고 내려와 먹더군요. 몸도 가볍고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타잔처럼 나무와 나무를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자리를 잡았네요. 뭘 하는 걸까요?

하지만 바로 자리를 옮겨요.

나무 아래로 내려왔어요.

이렇게 청솔모를 카메라로 쫓다 보면 청솔모가 협조를 안 해줘서 아쉬울 때가 많지만 또 즐겁기도 합니다.

청솔모는 다람쥐보다 크고 털도 덜 예뻐요. 그러다 보니 청솔모가 다람쥐를 잡아 먹는다. 청솔모는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물이다. 이런 낭설이 많아요.

청솔모나 다람쥐 둘 다 잡식성입니다. 호두, 잣, 과일, 버섯, 곤충 등을 먹어요. 도토리도 있네요.

그런데 청솔모가 육식을 한다는 소문은 많은데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기재한 논문이나 기고문 같은게 없대요. 다만 다람쥐와 같은 지역에 사는 일은 없나 봅니다. 힘이 약한 다람쥐가 밀려나기 때문이죠.

청설모(청서모·靑鼠毛)는 한자로만 해석하면 청서(靑鼠)의 털이 된다. 실제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붓을 만드는 원료로 이 청설모의 꼬리털을 많이 이용한다. 워낙 이 털이 유행이다 보니 청서라는 이름보다 청설모가 아예 동물 이름이 되어 버렸다. 간단히 이 이야기만 보더라도 청설모는 예부터 우리 산하에 많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한겨레신문 과학향기)

다람쥐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아시죠? squirrel.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청솔모를 squirrel이라고 해요. 우리가 말하는 다람쥐는 chipmunk.

청솔모가 농가에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람쥐 때문에 미워하지는 말자고요.



[포트립 이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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