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같은 감

[포트립 이관석 기자] 승인 2023.11.03 21:07 의견 0

감은 고향이다. 고향은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이 있는 곳이다. 감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시절의 사랑,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래서 감은 고향이다. 빌딩이나 양옥집과 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기와집보다 초가집이 더 잘 어울리는데 요즘 초가 보기가 쉽지 않다. 초가뿐 아니라 한옥 자체가 보기 어렵다. 초가지붕 속에는 참새가 살았고, 구렁이도 살았다. 동네 형들은 초가지붕을 뒤져 참새 알을 찾았고, 구렁이는 재복을 가져오는 수호신으로 추앙받았다.

현대화에 밀려 한옥이 사라짐은 아쉽다. 하지만 다시 한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옥은 불편할뿐더러 쥐가 많았다. 겨울 아침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달라붙었다.

외가에 감나무가 많았다. 지금도 외가에 가면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지만 강산이 변해도 아주 많이 변했다.

감은 상상 속 고향이다. 감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졌던 일, 익은 줄 알았다 생감이어서 한 참을 뱉어 내던 일, 감가지 꺾어 방에 걸어 놓고 하나씩 따 먹던 일, 땅에 떨어져 반쯤 깨진 감은 오히려 달았다.

감나무는 언제나 반갑다. 야속하게 앵글 속 감이 마음에 안 들어도 좋다. 이 사진 딱 좋다.


[포트립 이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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