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바위공원

최정규 時雨 승인 2022.04.24 20:28 | 최종 수정 2022.04.24 20:44 의견 1

매바위공원

군산과 금강을 사이에 두고 지근 거리에 있는 서천은 지역이 넓어서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얼추 한 시간쯤 가야지 될 만큼 매우 넓기도 하려니와 볼거리와 먹거리도 참으로 풍성해서 자주 가는 곳이다.

행정구역이 충남과 전북으로 나누어져 있고 예전에는 모두 배편으로 교통할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4차선의 자동차용 교량 2개와 철교가 놓여 인적 물적 교류가 매우 활발한 편이다.

예전에는 서천에서 군산으로 학교를 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이 꽤 많아서 태풍이 오거나 풍랑이 심해 배가 운행하지 못하면 서천 학생들을 같은 반 군산 학생들과 한 사람씩 짝짓기로 당번을 정해서 그 집에서 숙박을 하게끔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 중 하나일듯싶다.

서천의 구석구석을 대부분 섭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참 많다.

그중 하나가 매바위였는데 어제 주말 나들이를 핑계 삼아 아는 여자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더니 곧바로 화답이 돌아왔다.


이젠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과거에 심한 내숭에다 밀당하던 여자들 후딱 정리하고 이 여자 만나길 잘 했단 생각이 이럴 때만 든다.

일단 길이 복잡하다.

네비에도 안 나오고 도로 이정표에도 진입로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조건 마서면 죽산리를 찾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서너 번을 물어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또 물때를 맞춰야지 칼바위 쪽으로 이어진 바닷길에서 경운기를 타고 이동해서 조개를 캐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TV에서 가끔 방영하는 경운기 레이스 장면도 눈에 담을 수 있다.


뒤늦게 작업복을 갈아 입고 막 뻘로 내려서는 할머니와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 뭐 잡으러 가세요?"

"꼬막~"

"꼬막밖에 없어요? 바지락이나 생합은 없어요?"

"그런 건 저 짝 밑에서나 나오지 여긴 읍써."

"많이 잡히세요?"

"아니~ 젊을 때는 많이 잡었제. 근디 요즘은 기운 없어서 오래 못햐.

뭐 잡으러 온거이 아니고 심심해서 반찬거리나 건질라고 왔지."

말씀을 좀 거들어드리자 할머니는 뻘에 내려가실 생각을 접고 아예 내 앞에 철푸덕하니 앉으셨다.


음료수라도 하나 가져갈걸...

"논 몇 필지 농사 지는 것보더 두어 시간 여그 들어가서 고생허는 게 훨썩 낫지 머.

지금은 내가 늙어서 그렇지 젊어서는 면장보다 더 벌읐어.

그걸로 새끼들 다 키우고 여우고 했지.

지금도 저기 배랑 경운기랑 가진 아자씨들이 서울서 넥타이 둘루고 직장 댕기는 사람들보다 한참 낫다니께.



근디...

어서 왔어?"

"군산이요."

"난 서울서 온 사람인 줄 알었네.

인물이 하도 훤혀서..."

음료수 뿐 아니라 빵도 한 소쿠리 사서 드렸어야 마땅했다.

"할매!

많이 잡으시고 늘 지금처럼 건강하세유!!~ ♡"

사진 몇 장 찍고 한 시간쯤 바닷길 쭈욱 걷다가 돌아왔다.

멈춘 시간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먹은 것 없이도 배부르고 늘상 가슴을 따숩게 해준다.

오늘만이라도 뉴스를 끊고 바다와 섬 생각만 하면서 지내야겠다.


뱀발:

나도 아는 여자도 인물을 사진에 담지 않았다.

하늘과 바다와 섬과 바람에게 미안해서 차마 함께 찍자고 얘기할 수 잆어서 아니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없어서.....

時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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