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질

김경은 승인 2022.10.06 08:37 의견 0

낫질

김경은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야

낫질을 함부로 할 일 아님을

낫질에 베인 풀들의 반란임을

이미 늦은 일이다

정교한 손놀림 낫질의 예리한 각도는

거친 풀들 가지를 날리고

묵직한 장화 발로 짓밟아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씨앗을 흩날려

다음 세상을 기다렸구나

많이 아파할 겨를도 없이

서롭게 목 놓아 울지도 못하고

그저 쌓인 먼지처럼 흐트러졌구나

손가락에 물집이 터지고야

비바람 몸서리치던 겨울을 견디고

저리도 눈부신 꽃 피우던 들풀들

봄날이 갔음을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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