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난무하는 말의 장난들

김경은 승인 2023.02.05 16:25 의견 0


말 말 말

김경은

썩은 말이다 아아

나만 아는 나만 생각하는

나 밖에 모르는 말이다

병들어 지쳐 죽은 말이다

말 말 말

나를 위하는 말의 향연

간결하게 절제된 말

발바닥에 땀이 난다

묵언수행 해야 한다

이른 더위는 폭염이다

축축한 바람이 하루 종일

이리 저리 몰고 다닌다

나는 찌는 길가에 납작 엎드려

오지 않는 비를 기다리다 지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입을 닫는다

말에 귀가 없으니 말귀가 없다

나를 향한 나를 위한 말의 잔치에

초대장도 없는 말의 장난

이 땅에 바짝 엎드려

보지도 듣지도 생각도 없이

쥐 죽은 듯 사는 날

입을 닫고 귀를 닫고

입을 씻고 귀를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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